생각정리

회사를 좋아해서 더 복잡해진다

kani 2026. 1.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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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에 들어서면 특별한 일은 없다.
회의는 예정대로 열리고, 메신저는 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한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농담은 줄었고, 불필요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누군가는 떠났고, 그 자리는 조용히 비어 있다.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공백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 암묵적인 합의가 생겼다.

회사는 한때 꽤 빠르게 성장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고,
조금 부족해도 함께 채워가면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 시절이 과장된 기억은 아니라고 아직도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상황이 변한 지금도
이곳을 단순한 직장이라고만 생각하기는 어렵다.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다.
제도도, 기준도, 기대도.
어쩌면 불가피했을 선택들이겠지만
그 선택들이 사람들의 표정까지 바꾸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은 다들 성실하지만,
예전처럼 가볍지는 않다.

나는 요즘 자주 멈춰 서서 생각한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아직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힘들다고 단정하기엔
여전히 애정이 남아 있고,
괜찮다고 말하기엔
마음이 자주 무거워진다.
이 애매한 상태가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가끔은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생각은 늘 중간에서 멈춘다.
회사가 싫어졌기 때문도 아니고,
사람들이 미워서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좋아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아끼고 있어서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떠나는 선택은
용기라기보다는 배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아끼는 마음 하나로 계속 머무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 같기도 하다.
어느 쪽도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닌데
그 사이에서 마음은 계속 흔들린다.

아직 결론은 없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버티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는
이 회사를 여전히 좋아하면서도
이곳에서의 나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

아마 당분간은 이 질문을 안고 지낼 것 같다.
출근을 하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이곳을 얼마나 더 믿어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지면서.
언젠가는 이 고민이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겠지.

이 글은 결심의 기록이 아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에 대한 메모다.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더 복잡해진
한 시기의 기록.
지금은 그저
이 마음을 솔직하게 남겨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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