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쓰는 글
2주 만에 블로그를 다시 열어본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워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인데, 정리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복잡한 감정이 몰려왔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이 시간이 흘러가고 나서도 나는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아 키보드를 두드리기로 했다.
2. 권고사직의 메일
회사는 얼마 전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권고사직 대상자들에겐 메일이 갔고, 메일을 보냈다라 그 사실은 슬랙을통해 전체 공지되었다. 대상자들은 그 메일 한 통이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이고 빠른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차갑고 서운할까. “이런 방식이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3. 무거운 공기
회사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복도에서, 회의실에서, 심지어는 온라인 대화창에서도 웃음소리가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대화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다음은 내가 아닐까?’라는 불안이 모두의 마음에 스며든 것 같았다.
4. 내 팀의 일
우리 팀에서도 한 명이 권고사직 대상이 되었다. 사실 업무 평가가 좋지 않았던 건 맞다. 결과만 보자면 회사가 내린 결정은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성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사람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회사가 요구하는 기대치와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 간극을 메꾸지 못한 결과였다.
5. 복잡한 마음
문제는 내가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것이다. 팀 리더로서 더 도와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런 자책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모든 걸 책임질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구조조정은 개인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나는 또다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6. 리더의 어려움
리더라는 자리는 참 애매하다. 팀원에게는 보호막이 되어야 하고, 위로는 회사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보면, 결국 어느 쪽에서도 충분히 서 있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팀원을 완전히 지켜줄 수도 없고, 회사의 결정을 온전히 지지할 수도 없다. 그 모순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7. 방식에 대한 의문
다시 묻게 된다. 이런 방식이 정말 맞을까? 회사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몇 줄의 메일로 정리해버리는 게 옳은 걸까? 물론 이건 감정적인 시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업무 성과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건 알지만, 그 기준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8. 무겁게 흘러가는 시간
요즘 회사의 공기는 답답하다. 엘레이터에 내리면 공기부터 다르다. 예전에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Hi" 인사를 하던 즐거운 목소리들은 사라지고. 서로의 눈치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이렇게 무겁게 흘러가는 시간이 나를 더 지치게 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9. 기록의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테지만, 지금의 감정만은 남겨두고 싶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정리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10. 마무리와 다짐
앞으로 회사가 어떤 길을 갈지는 알 수 없다. 나 역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회사를 위해, 그리고 남아 있는 동료들과 팀 구성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은 마음이 무겁고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권고사직 과정에서 회사가 선택한 방식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 조금 더 따뜻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정리가 되고 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건의할 것이다.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고쳐야 하고, 그것이 결국 회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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