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

채용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인터뷰 기록과 단상

kani 2025. 9. 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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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터뷰에서 시작된 생각들

 
오늘도 인터뷰를 하나 진행했다. 하루의 절반을 내어 한 명의 지원자와 깊이 대화를 나누고, 기술 과제와 경험을 검토하며, 팀원들과 함께 그 가능성을 평가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지원자는 인터뷰가 끝나고 배웅하는 엘레베터에 앞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인터뷰에서 배운 게 많습니다.
아마 제가 지금까지 본 인터뷰 중에서 가장 많은 게 남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분명히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한 흔적이 보였다. 이력서도 다른 200개의 지원서와 달리 회사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흔적이 있었고, 자신이 왜 우리 팀에 오고 싶은지를 나름의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하지만 면접을 함께 본 팀원들과 나는 결국 불합격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본기의 부족이었다. 기초적인 컴퓨터 사이언스 지식, 네트워크의 동작 원리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떤 기술을 선택했을 때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했다. 물론 실무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에게 이런 것들을 완벽히 기대하는 건 과한 요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 바로 협업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탄탄한 기반이 필요하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는 사이로 지원자를 보며, “아직은 함께하기 어렵지만, 이 열정이라면 분명 더 좋은 곳에서 잘 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채용이라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다시금 실감했다.
 


채용이라는 여정의 어려움


나는 IT분야의 회사의 6명 규모의 팀에서 팀 리더를 맡고 있다. 우리 팀의 미션은 단순히 인프라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회사의 모든 연구와 개발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표준화된 Kubernetes 기반 멀티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팀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뽑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진짜 동료를 모셔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까다로운 방식을 택했다. 팀 전원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만 채용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효율적이지 않다. 채용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데도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이 방식이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실제로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200개가 넘는 이력서를 검토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중 상당수는 “그냥 뿌린 이력서”라는 느낌이 강했다. 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복사-붙여넣기 수준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지원자의 경험과 관심사가 회사의 미션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진심으로 고민한 흔적이 있는 이력서는 딱 한 장이었다. 그 한 장은 팀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채용은 결국 숫자의 게임이 아니다. 한 명을 뽑더라도, 그 한 명이 팀의 성장과 문화를 함께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주니어 엔지니어 채용의 현실



주니어 엔지니어를 뽑는다는 건, 단순히 “시키는 것만 잘 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주니어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초적인 역량과 학습 태도가 중요하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력서에 다양한 기술 스택을 나열한다. Docker, Kubernetes, Terraform, AWS, GCP… 그런데 정작 “왜 이 기술을 선택했는가?”라고 물으면 대답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쿠버네티스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물어봤다.

“왜 쿠버네스를 사용했나요?”

“음… 요즘 다들 쿠버네스를 쓰니까요.”

이건 아쉽다. 실제로 현업에서는 “요즘 다들 쓰니까”가 아니라, 우리 서비스의 상황에 맞는지, 운영/확장성 측면에서 필요한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같은 이유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기의 부재는 더 큰 문제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Private Subnet에만 있는 VM이 인터넷과 통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많은 분들이 당황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 클라우드 엔지니어링에서 굉장히 자주 부딪히는 상황이고, NAT 게이트웨이, 라우팅 테이블, 방화벽 규칙 같은 개념이 기반이 되어야 답할 수 있는 문제다.
 


인터뷰가 남긴 울림

 

오늘 만난 지원자는 떨어졌지만, 인터뷰 직후에 제게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피드백을 들을 때가 면접관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다.

다양한 회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면접을 봤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다. 때로는 내가 몰랐던 툴을 지원자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발견하기도 한다.

결국 면접은 단방향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서로 배우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지원자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보완할 기회를 얻고, 면접관은 새로운 시각을 접하며 팀과 조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늘 만난 지원자도 비록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 열정과 태도 덕분에 내 마음에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우리 팀은 아니더라도 더 좋은 곳에서 잘 되기를 응원하게 된다.
 


 
 

주니어 개발자 혹은 비슷한 직무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신입 IT직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개인적인 조언이다. 
 

누군가는 읽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면접관마다 성향이 다르니 가볍게만 읽어 주세요.

 

 

기초를 다지세요

코딩 테스트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컴퓨터 과학의 기본기를 탄탄히 하는 것입니다.

  • 네트워크: TCP와 UDP가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왜 어떤 상황에서는 TCP를 쓰고 어떤 경우에는 UDP를 쓰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 TCP는 신뢰성 있는 전송, UDP는 빠른 전송에 유리)
  • 운영체제: 프로세스와 스레드의 차이, 메모리 관리, 컨텍스트 스위칭의 의미 등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 복잡한 기술 스택보다 더 오래 가는 건 결국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기술 선택에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쿠버네스를 쓴다고 했을 때, “왜 Docker Compose 대신 쿠버네스를 선택했나요?”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기능적 장점, 스케링링 편의성을 근거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그게 더 유명해서”, “튜토리얼에서 봐서”라는 대답은 팀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신뢰를 주지 못합니다. 자신이 내린 기술적 선택에 대해 최소한의 논리적 설명을 준비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태도가 실력을 이깁니다

주니어 단계에서는 모든 것을 잘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걸 어떻게 학습하고, 어떻게 질문하며,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가장 크게 평가받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혼자 다 할 수 있는 사람보다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력서는 본인의 이야기입니다

200개 가까운 이력서 중, 눈에 확 들어온 건 단 한 장이었습니다. 그 이력서는 지원자가 우리 회사를 진심으로 조사하고,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력서를 쓸 때는 남들이 쓰는 “형식적인 문구”보다, 내 경험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이력서 한 장으로 “이 사람은 준비되어 있다”는 신호를 금방 감지합니다.
 

채용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채용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 단순히 스킬셋이 맞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 팀원들과 잘 맞을지, 앞으로 몇 년 동안 같이 성장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 그래서 우리는 만장일치 채용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분명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잘못된 채용으로 팀 분위기가 흔들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팀이 무너지면 기술적 성취도, 조직의 목표도 모두 흔들리니까요.
그리고 채용을 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지원자도 결국 우리와 같은 여정을 걷는 동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불합격을 통보하더라도, 그 과정이 한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요즘 IT 업계의 현실

최근 몇 년간 IT업계는 롤러코스터 같았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은요.

  • 투자 위축, 글로벌 경기 침체
  •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
  • 인공지능 붐으로 인한 기술 스택의 급변

특히 주니어 개발자들에게는 지금의 환경이 굉장히 버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내가 준비한 기술이 맞을까?”, “회사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나와 맞을까?”, “이 치열한 경쟁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며 그런 고민이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지 느낍니다. 하지만 경험상, 결국 꾸준히 배우는 사람, 기본을 놓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간절히 도전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꼭 좋은 기회를 잡습니다.
 


 

채용은 '함께 배우는 과정'

채용을 진행할수록 느끼는 건, 이 과정이 단순히 회사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면접관인 우리도 배우고, 지원자도 배웁니다. 서로의 세계를 잠시 들여다보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작은 울림과 인사이트가 남습니다.
 
저는 오늘 인터뷰했던 그 지원자가 언젠가는 더 좋은 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오늘의 짧은 대화가 그분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채용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동료를 만나는 일만큼 팀의 미래에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저희 팀은 앞으로도 느리더라도,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동료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주니어 엔지니어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 기술의 선택시 꼭 이유를 고민해 주세요.
  • 프로젝트를 기술해 경험을 전달 하는 것도 좋지만,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무엇보다, 간절함은 분명히 전달됩니다.

요즘 IT 업계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끝까지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는 반드시 좋은 곳에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한 발 한 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런 글을 써도되나..

솔직히 이런 글을 쓰면서도 “내가 감히 조언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고, 부족한 점도 많기 때문이죠. 다만 채용을 하면서 마주치는 많은 분들 덕분에, 저도 늘 새로운 걸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힌트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나아가고, 언젠가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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