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걷는 길, 그리고 나의 생각
오늘 회사에서 AHM을 통해 공지가 있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여러 차례 상황 공유가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메시지였다. 매출 지표는 점점 줄고 있었고, 현금 보유량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공개되었다. 주가 역시 많이 하락했다. 단순히 단기적인 위기가 아니라, 이제는 생존을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는 신호였다.
회사 경영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듯이 분명하게 말했다.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더 효율적인 조직, 더 집중된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축소하고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당연히 인력 조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직접적으로 “퇴사”라는 단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공지 이후의 공기
메시지가 끝나고 난 뒤 사무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차가운 미소로 넘기려 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들 같았을 것이다. “이제 진짜 무언가가 일어나겠구나.”
특히 오랫동안 회사를 지켜본 시니어급 직원들은 이미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담담함 속에 묵직한 불안이 스며 있었다. 말은 아끼지만, 눈빛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움에서 규율로
나는 문득 예전의 회사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왔다. 출퇴근 시간은 자율적이었고, 휴가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받았고, 그 신뢰는 직원들을 더 책임감 있게 만들었다.
나 또한 그런 문화 덕분에 회사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오늘의 메시지는 그런 자유가 더는 당연하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미 몇몇 제도는 축소되기 시작했다. 휴가 제도는 악용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제약이 늘어났고, 출근 방식 역시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 자유로운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것은 더 이상 무제한적이지 않다. 이제는 규율과 효율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변화의 불가피함
나는 솔직히 말해 회사를 응원하고 있다. 회사가 이렇게까지 변화의 칼을 빼든 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출이 줄고, 현금이 빠르게 소모되고,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BEP를 맞추지 못한다면 회사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 축소와 선택과 집중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이 커질수록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수는 없다. 핵심이 아닌 영역을 정리하고, 잘하는 것에 힘을 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력 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
그럼에도 나는 아쉬움을 느낀다. 변화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가 직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배려했는가 하는 점에서 그렇다. AHM 메시지는 사실 그대로를 전했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나는 이런 메시지를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세심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단지 현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버텨내자는 다짐과 믿음을 더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료들의 반응
공지 이후, 동료들의 얼굴은 무거웠다. 어떤 이는 담담히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당장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유롭던 분위기 속에서 오래 버텨온 사람일수록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 듯했다.
“결국은 나도 정리되는 걸까?”
“이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 맞을까?”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단단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동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웠다. 퇴사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문제가 아니다. 함께 쌓아온 시간과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회사와 나
나는 이 회사를 좋아한다.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된 곳이다. 그래서 오늘의 메시지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회사가 위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매출과 현금, 주가라는 구체적인 지표가 이미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회사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시 성장할 수 있다면, 오늘의 고통은 언젠가 의미 있는 과정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바람
나는 회사가 이번 변화를 단순한 제도 축소로만 끝내지 않기를 바란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를 바란다.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남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배려해주기를 바란다. 떠나는 이들에게는 감사와 존중을, 남는 이들에게는 믿음과 희망을 주는 방식으로 이 과정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마무리
오늘의 AHM은 그저 하나의 공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였다. 매출과 현금, 주가라는 냉정한 지표가 말해주는 현실. BEP를 맞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단호한 메시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퇴사라는 무거운 그림자.
나는 여전히 회사를 응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동료들의 마음을 걱정한다.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남겠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남는 상처가 너무 깊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계속 웃으며 회사를 다닐 것이다. 민망함이 아닌 자부심으로, 불안이 아닌 믿음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언젠가 이 시기를 돌아봤을 때 “그때는 힘들었지만 결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